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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름돌
등록일
2014-05-22
작성자
황인조
조회수
798

**  누 름 돌  **

어릴 적 어머니께서 냇가에 나가 누름돌을
한 개씩 주워 오시던 기억이 떠오른다.
누름돌은 반들반들 잘 깎인 돌로 김치가 수북한 독 위에 올려놓으면
그 무게로 숨을 죽여 김치 맛이 나게 해주는 돌이다.


처음엔 그 용도를 몰랐지만
나중에는 어머니를 위해 주워다 드렸다.
생각해 보니 옛 어른들은 누름돌 하나씩은 마음에 품고 사셨나보다.


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텐데  자신을 누르고,
희생과 사랑으로 그 아픈 시절을 견디어 냈으리라 . . .
요즘 내게 그런 누름돌이 하나쯤 있었으면 . . .
스쳐가는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 받고,
주제넘게 욕심내다 깨어진 감정들을 지그시 눌러주는 그런 돌 하나를 품고 싶다.

이젠 나이가 들 만큼 들었는데도 팔딱거리는 성미며
여기저기 나서는 당돌함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다.
이제라도 그런 못된 성질을 꾹 눌러 놓을 수 있도록
누름돌 하나 잘 닦아 가슴에 품어야겠다.

부부간에도 서로 누름돌이 되어주면 좋겠고,
부모 자식간에도 친구지간에도
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훨씬 밝아지고
마음 편하게 되지 않을까?

정성껏 김장독 어루만지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유난히
그리운 5월이다.